6년 만에 개발자가 된 방법, 그리고 불안

자바스크립트의 this가 뭔지 이해하는 데 3개월이 걸렸다. 아니, 사실 지금도 완전히 이해했는지 모르겠다.

6년 전, 나는 개발을 너무 하고 싶었다. 직장 다니면서 과외를 받았고, 퇴근 후엔 독학했다. 하지만 개념 하나 이해하는 게 지옥 같았다. 무언가를 만들다가 에러가 나면, 구글링을 시작했다. Stack Overflow를 뒤지고, 개발자 카페에 질문을 올렸다. 답변을 기다렸다. 이해가 안 되면 다시 검색했다.

그렇게 며칠을 소모하다 보면, 처음의 열정은 식어 있었다. 작은 프로젝트들은 하나둘 미완성 폴더에 쌓였다. “나는 개발자가 될 수 없나 보다”라고 생각했다.

그런데 지금, 나는 개발을 하고 있다.

ChatGPT에게 아이디어를 물어본다. Gemini로 초안 코드를 짠다. 막히면 Claude를 연다. 비싸지만 확실하다. 에러 메시지를 붙여넣으면, 몇 초 만에 해결책이 나온다. 3개월 걸렸던 this는 이제 1분이면 설명받는다.

나는 드디어 개발자가 됐다. 아니, 정확히는 ‘개발을 하는 사람’이 됐다.

그런데 이상하게도, 두렵다.

이제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게 두렵다. 내가 6년 동안 붙잡고 씨름했던 그 벽이, 이젠 AI가 1분 만에 넘어준다. 나처럼 개념을 이해 못 하는 사람도, 이젠 뭔가를 만들 수 있다.

진입장벽이 사라졌다. 그래서 기쁘면서도 불안하다. 내가 만드는 것의 가치는 뭘까? AI가 짜준 코드로 완성한 프로젝트를, 나는 ‘내 것’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?

하지만 어쩌면 이건 잘못된 질문인지도 모른다. 중요한 건 코드를 외우는 게 아니라,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아는 것이니까. AI는 도구일 뿐이고, 방향을 정하는 건 여전히 나니까.

6년 전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. “너 결국 개발자 된다. 단지 네가 상상했던 방식은 아니지만.”