확인하지 않는 법

확신이 들 때가 있다. 몇 년에 한 번, 마음속 어딘가가 ‘지금이다’라고 속삭이는 순간. 그럴 때 들어간 건 대부분 성공했다. 문제는 그런 순간이 너무 드물다는 거다.

나머지 시간은 가슴앓이다.

내가 갖지 못한 것들이 오른다. 화면 속 숫자가 초록불로 깜빡인다. ‘그때 샀어야 했는데.’ 후회가 쌓인다. 그러다 드디어 떨어진다. ‘이제다!’ 싶어서 들어간다. 그때부터 떨어지기만 한다. 이 패턴을 한두 번 겪은 게 아닌데도, 나는 또 같은 실수를 한다.

갖지 않은 것이 오를 때, 처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.

갖고 있는 것을 믿음으로 쳐다보지도 않을 만큼, 무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.

그러면서도 나는 지금, 이더리움 가격을 확인하고 있다.

손에 쥔 것도 불안하고, 놓친 것도 아프고, 아직 오지 않은 기회도 두렵다. 결국 투자의 적은 시장이 아니라 이 마음이었던 것 같다.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이 습관. 가만히 있지 못하는 이 조급함.

언젠가 나도, 차트를 보지 않는 날이 올까.

아마 그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. 그래도 조금씩 확인을 덜 하는 습관을 가지길 바래본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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